글자를 다루는 웹 도구 세 곳을 하루 동안 눌러 봤다. 내 손글씨를 폰트로 바꿔 준다는 곳, 슬라이더만 밀어서 글자체를 뽑는 곳, 입력한 문장을 3차원 공간에 띄워 움직이게 하는 곳. 셋 다 무료고 가입도 없다.
써 보고 나서 제일 중요한 갈림길은 예쁜 정도가 아니었다. 끝나고 내 손에 무슨 파일이 남는가였다. 어떤 건 설치해서 한글 문서에서 쓸 수 있는 폰트 파일이 떨어지고, 어떤 건 아무것도 안 떨어진다. 화면만 예쁘게 움직인다.
폰트 파일이 떨어지는 두 곳
FontCrafter(arcade.pirillo.com/fontcrafter.html)는 손글씨를 폰트로 만든다. 순서가 좀 아날로그다. 템플릿을 인쇄해서 손으로 칸을 채우고, 스캔해서 브라우저에 던지면 폰트가 나온다.
인쇄가 필요해서 끝까지는 못 갔다. 대신 A4 템플릿을 직접 받아 열어 봤다. PDF 두 장에 A부터 Z, 숫자 0~9, 그리고 물음표·괄호·달러 기호 같은 특수문자 칸이 줄줄이 있다. 눈에 띈 건 지시문이었다. 볼펜이나 마커가 아니라 사인펜으로 쓰라고 한다. 점선이 베이스라인이니 글자 밑을 거기 얹으라고 한다. 그리고 한 글자를 세 번 쓰라고 한다. 왜 세 번인지도 적혀 있다. 사람 글씨는 매번 조금씩 다르고, 그 흔들림이 있어야 폰트가 진짜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세 벌을 번갈아 쓰는 식으로 같은 글자가 매번 다르게 나온다.
공식 설명 기준으로 OTF, TTF, WOFF2, 그리고 CSS에 바로 박는 Base64까지 뽑아 준다. 스캔이 서버로 올라가지 않고 브라우저 안에서 처리된다고 밝혀 뒀다. 계정도 워터마크도 없다.
Metaflop(metaflop.com/modulator)은 결이 완전히 다르다. 손글씨가 아니라 숫자로 글자체를 만든다. 기본 활자 네 개를 골라 놓고 슬라이더를 미는데, 항목이 폰트 만드는 사람들이 쓰는 용어 그대로다. 획 굵기, 대문자 높이, x-높이, 대비, 기울기, 그리고 모서리와 오버슛 같은 시각 보정까지. 세어 보니 열여섯 개였다.
재미있는 건 flop it! 버튼이다. 눌러 봤더니 슬라이더가 한 번에 전부 무작위로 튀면서, 넓고 얇고 기울어진 처음 보는 글자체가 즉시 나왔다. A부터 z까지 표가 통째로 다시 그려진다. 마음에 안 들면 undo가 있다.
다운로드는 로그인 없이 바로 됐다. 받아 보니 45KB짜리 OTF 하나. 그런데 여기서 확인해 볼 게 하나 더 있었다.
받은 폰트 파일 안에 라이선스가 적혀 있다
Metaflop의 FAQ 페이지는 “SIL 오픈폰트라이선스 1.1″이라고만 적어 뒀다. 그래서 실제 받은 OTF 파일을 열어 안에 박힌 문자열을 읽어 봤다. 이렇게 적혀 있었다.
GPL v3와 OFL 1.1 이중 라이선스, 그리고 예약 폰트 이름 Bespoke. 파일을 만든 도구는 FontForge, 날짜는 내가 받은 그날.
FAQ보다 파일 쪽이 더 구체적이다. 예약 폰트 이름(RFN)이 걸려 있으면, 내가 값을 바꿔 만든 파생본을 원래 이름으로 배포할 수 없다. 웹사이트나 인쇄물에 얹어 쓰는 데엔 걸릴 게 없지만, 폰트를 다시 배포할 생각이라면 이름을 바꿔야 한다. 오픈폰트라이선스 얘기는 지난 글에서도 나왔던 조건이다.
이런 건 소개 글만 읽으면 안 보인다. 파일을 열어 봐야 나온다.
아무 파일도 안 떨어지는 곳
Space Type Generator(spacetypegenerator.com)는 세 곳 중 제일 눈이 즐겁다. 문장을 입력하면 원통, 리본, 깃발, 띠 같은 모듈 중 하나로 글자를 공간에 배치해 움직인다. 메뉴를 세어 보니 스물세 개였다(2026년 7월 26일 기준). 프리셋을 누르면 슬라이더 수십 개가 한꺼번에 바뀐다.
우리 블로그 이름을 넣고 Jellyfish 프리셋을 눌러 봤다. 문장이 돔처럼 감기면서 파도치듯 흔들렸다. 만든 사람은 Kiel Mutschelknaus라는 디자이너고, 페이지에 있는 ReadMe 버튼을 누르면 본인 이름과 이메일이 든 알림창 하나가 뜨는 게 전부다. 후원 링크만 있고 결제 벽이 없다.
문제는 저장이다. 내보내기 버튼이 없다. 페이지 안을 다 훑어봤는데 export, save, download 같은 컨트롤이나 문구가 하나도 없었다. 소개 글 몇 개가 “gif나 퀵타임으로 내보낼 수 있다”고 쓰던데, 내가 본 화면에는 그런 버튼이 없다. 결과를 쓰려면 화면 녹화를 하거나 캡처를 해야 한다.
그러니 용도가 정해진다. 완성물을 뽑는 도구가 아니라, 움직임을 눈으로 잡아 보는 스케치판이다. 영상 편집으로 옮길 레퍼런스를 찾을 때, 또는 그냥 갖고 놀 때.
세 곳 한눈에
| 사이트 | 무엇 | 손에 남는 것 | 한글 |
|---|---|---|---|
| FontCrafter | 손글씨 → 폰트 | OTF·TTF·WOFF2·Base64 | 안 됨(CJK 미지원 명시) |
| Metaflop | 슬라이더 → 폰트 | OTF·웹폰트(GPL v3+OFL) | 안 됨(A–Z, a–z, 0–9) |
| Space Type Generator | 글자 → 3D 모션 | 없음(화면 녹화) | 안 됨(실측) |
한글은 왜 다 안 되나
표의 마지막 칸이 이 글에서 제일 실용적인 정보다. 셋 다 한글이 안 된다.
FontCrafter는 아예 못 한다고 공식 안내에 적어 뒀다. 한중일 문자셋은 지원하지 않는다고. Metaflop은 글리프 표가 알파벳과 숫자로 끝난다. Space Type Generator에는 직접 넣어 봤다. “지식의-공유”라고 입력했더니 라틴 글자만 그려지고 한글 자리에는 점 같은 흔적만 남았다.
이유는 짐작이 된다. 알파벳은 대소문자와 숫자를 합해 예순 몇 자면 끝나지만, 한글은 조합해서 쓰는 글자가 만 천 자를 넘는다. 손으로 다 쓰게 할 수도 없고, 획을 다 그려 넣을 수도 없다.
그래서 한글 손글씨 폰트는 조합을 계산해 주는 국내 서비스 쪽을 봐야 한다. 찾아보니 손글꼴(son-geulkkol.higgsfield.app)은 자모 스물넷만 쓰면 초성·중성·종성 자리를 계산해 한글 1만 1,172자를 채워 준다고 안내한다. 가입도 설치도 없이 브라우저에서 쓴다고 한다. 그리운(griun.co.kr)도 손글씨를 폰트로 만들어 주는 국내 서비스고, 네이버는 클로바 나눔손글씨로 손글씨 폰트를 모아 배포한다. 이 넷은 직접 만들어 보진 않았으니 소개까지만 해 둔다.
한 가지 주의할 게 있다. 예전 글에서 자주 추천되던 온글잎은 폰트 제작 서비스가 끝났다. 사이트에 2023년 7월 24일부로 종료됐다는 공지가 붙어 있다. 무료 폰트 배포만 남았다. 도구 추천 글은 이렇게 유통기한이 있다.
나라면
내 글씨를 오래 쓸 폰트로 남기고 싶으면 FontCrafter다. 인쇄와 스캔이라는 수고가 있지만, 그 수고가 결과물의 질을 만든다. 영문만 쓰는 로고나 제목용으로는 Metaflop이 빠르다. 슬라이더 몇 개 밀면 남들 안 쓰는 글자체가 나오고, 라이선스도 파일에 명시돼 있어 뒤가 깔끔하다. 한글 손글씨라면 위의 국내 서비스로 간다.
Space Type Generator는 조금 다르게 쓴다. 결과물을 뽑을 도구로 기대하면 실망하지만, 십 분쯤 갖고 놀면서 “글자가 이렇게도 움직일 수 있구나”를 보기엔 좋다.
이름 비슷한 사이트가 하나 있어 적어 둔다. FontCraft(fontcraft.app)는 FontCrafter와 다른 서비스다. 이쪽은 인쇄 없이 브라우저나 아이패드에서 바로 그린다. 검색해서 들어갈 때 헷갈릴 수 있다.
이 블로그는 폰트를 직접 만들어 쓰진 않는다. 글마다 붙는 제목 카드는 시스템 폰트로 만든다. 그래도 폰트 파일 안에 라이선스가 박혀 있다는 건 이번에 처음 확인했다. 앞으로 폰트를 받을 땐 안내 페이지 말고 파일부터 열어 볼 참이다.
패턴이나 하프톤처럼 이미지에 효과를 얹는 도구는 따로 정리했다. 무료 이미지와 디자인 리소스는 이 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