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글을 올리려는데 넣을 그림이 없다. 검색창에 “무료 이미지”를 치면 사이트가 쏟아진다. 아무거나 하나 받아 쓰면 될 것 같은데, 몇 해 뒤에 법무법인 이름이 찍힌 봉투를 받는 사람이 실제로 있다. 무료라고 적혀 있어도 저작권이 사라진 게 아니라서 그렇다. 무료는 “이 조건을 지키면 써도 된다”는 허락이다. 그 조건이 사이트마다 다르고, 사고는 거기서 난다.
게티이미지는 유료다. 그런데 무료가 세 갈래로 있다
이름값이 제일 큰 곳부터 정리하는 게 빠르다. 게티이미지 본체는 유료 스톡 사진 회사다. 여기서 그냥 사진을 내려받아 블로그에 쓰는 건 안 된다. 그런데 “게티”라는 이름 아래 무료로 쓸 수 있는 통로가 세 개나 있어서 헷갈린다.
1. 게티가 언스플래시(Unsplash)를 갖고 있다
세계에서 제일 큰 무료 사진 사이트가 언스플래시다. 게티이미지가 2021년 3월에 인수했다. 인수 발표 당시 브랜드는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이미 올라온 사진의 라이선스는 소급해서 못 바꾼다고 못박았고, 지금도 무료로 돌아간다. 무료 사진을 찾는 사람 입장에선 이게 게티와 가장 가까운 접점이다.
2. 게티이미지뱅크의 무료이미지 코너
한국에서 게티 하면 대개 게티이미지뱅크를 떠올린다. 여기에 무료이미지 코너가 따로 있다. 회원가입만 하면 하루 30컷, 한 달 900컷까지 받을 수 있고 광고 제작이나 쇼핑몰 디자인 같은 상업적 용도도 허용한다. 조건이 하나 붙는데 이걸 놓치기 쉽다. 다운로드한 날부터 30일 안에 제작하고 게시해야 한다. 그 기간 안에 만든 결과물은 계속 걸어 둘 수 있지만, 받아만 두고 반년 뒤에 꺼내 쓰는 건 조건 밖이다. CI·BI로 쓰거나, 굿즈를 만들어 팔거나, 임베드하는 것도 막혀 있다.
3. 게티 본사의 임베드 기능
게티이미지 사이트에서 사진을 열면 임베드 아이콘이 있다. 누르면 iframe 코드를 준다. 그 코드를 블로그에 붙이면 사진이 뜬다. 다운로드가 아니라 게티 서버의 사진을 창처럼 끼워 넣는 방식이라, 사진 아래 촬영자와 게티 크레딧이 같이 붙는다. 대신 용도가 좁다. 뉴스성·공익성 있는 편집 목적의 비상업적 사용만 된다. 광고나 판촉에는 못 쓰고, 그 사진 속 인물이 내 상품을 추천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면 안 된다.
무료 사진 3대장은 이미 큰 회사 것이다
실무에서 제일 자주 쓰는 세 곳은 언스플래시, 펙셀스(Pexels), 픽사베이(Pixabay)다. 셋 다 독립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주인이 있다.
| 사이트 | 소유 | 출처 표기 | 메모 |
|---|---|---|---|
| 언스플래시 | 게티이미지 (2021 인수) | 필요 없음 | 유료 티어 Unsplash+ 별도 존재 |
| 펙셀스 | Canva | 필요 없음 | 사진·영상 모두 제공 |
| 픽사베이 | Canva | 필요 없음 | 2019년 1월부터 자체 라이선스 |
픽사베이는 짚고 갈 대목이 있다. 예전엔 CC0, 그러니까 사실상 저작권을 포기한 공유 자산으로 풀었다. 2019년 1월 9일을 기점으로 자체 라이선스로 바꿨다. 그날 이전에 올라온 것과 이후에 올라온 것의 조건이 다르다는 뜻이다. 오래된 블로그 글이 “픽사베이는 CC0라 마음대로 써도 된다”고 써 둔 걸 그대로 믿으면 곤란하다.
언스플래시 라이선스 페이지에도 CC0라는 말은 없다. 자기네 조건을 따로 만들어 뒀다.
세 사이트가 공통으로 막아 둔 선
라이선스 원문을 나란히 놓고 보면 금지 항목이 비슷하게 겹친다. 외워 둘 만하다.
- 손대지 않은 원본을 그대로 파는 것. 포스터나 인화물로 찍어 파는 게 대표적이다. 언스플래시는 “상당한 수정 없이는 판매할 수 없다”고 적어 뒀다.
- 다른 스톡 사이트나 배경화면 사이트에 다시 올려 배포하거나 파는 것.
- 사진을 그러모아 비슷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 언스플래시가 명시적으로 금지한다.
- 사진 속 사람이나 브랜드가 내 제품을 보증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
- 사진을 상표나 로고, 상호로 등록하는 것.
-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을 나쁘게 보이게 하거나 모욕적으로 쓰는 것.
블로그에 글 삽화로 넣는 정도는 여섯 개 어디에도 안 걸린다. 로고를 만들거나 굿즈를 팔 생각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이콘은 표기 의무가 갈린다
사진보다 아이콘에서 더 자주 사고가 난다. 무료로 받았는데 표기 의무가 붙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플랫아이콘(Flaticon)은 무료 이용 시 출처 표기가 필수다. 아이콘이 보이는 페이지마다 제작자 크레딧과 링크를 넣어야 하고, 이걸 면제받으려면 프리미엄을 결제해야 한다. Icons8도 비슷하다. 무료는 표기, 구독하면 면제.
표기 없이 마음 편하게 쓰려면 오픈소스 아이콘 쪽이 낫다. Lucide는 ISC 라이선스, Bootstrap Icons는 MIT다. 둘 다 상업적으로 써도 되고 화면에 크레딧을 띄울 의무가 없다. 코드에 라이선스 파일만 지우지 않고 두면 된다. 웹사이트에 쓸 아이콘이라면 나는 여기서 고른다. 예쁜 걸 찾다 표기 의무에 묶이는 것보다 낫다.
폰트는 눈누를 보되, 눈누를 믿지는 말고
한글 폰트는 눈누(noonnu.cc)가 사실상 표준 검색처다. 상업적으로 쓸 수 있는 무료 한글 폰트를 모아 두고 라이선스 요약표를 보여 준다. 여기서 한 단계를 건너뛰면 안 된다. 눈누는 폰트를 만든 곳이 아니라 모아 둔 곳이다. 사이트에도 “모든 폰트의 저작권은 각 폰트의 저작권자에게 있다”고 적혀 있다.
그래서 폰트 이름을 눌러 요약표를 보고, 내가 하려는 용도가 허용 칸에 있는지 봐야 한다. 웹사이트에 쓰는 것, 인쇄물에 쓰는 것, 상품에 인쇄해 파는 것, 폰트 파일 자체를 앱에 넣는 것이 다 다른 항목이다. 블로그 이미지에 얹는 정도는 대개 허용이지만, 굿즈로 넘어가면 제한이 붙는 폰트가 흔하다. 영문은 구글 폰트(Google Fonts)가 안전하다. 오픈소스 라이선스로 배포돼서 상업적 사용에 걸림돌이 없다.
디자인 툴 — 왕관 표시를 보라
이미지를 직접 만들 거면 미리캔버스나 캔바(Canva)를 쓴다. 둘 다 무료 플랜이 있고 상업적 이용도 된다. 미리캔버스 무료 플랜은 템플릿 5만 개 이상, 무료 사진·그래픽 35만 개 이상, 저장공간 1GB를 준다.
함정은 템플릿 안에 섞여 있는 프리미엄 요소다. 왕관 표시가 붙은 사진이나 일러스트를 그대로 쓰면 결과물에 워터마크가 박힌다. 무료 템플릿을 골랐다고 안에 든 게 전부 무료인 건 아니다. 캔바도 구조가 같다. 그리고 캔바 약관에는 픽사베이나 펙셀스에서 온 콘텐츠는 각 사이트의 원래 라이선스를 따른다고 적혀 있다. 툴 안에 있다고 조건이 사라지지 않는다.
워드프레스를 쓴다면 편집기 안에 이미 있다
이건 의외로 모르는 사람이 많다. 워드프레스 블록 편집기에는 오픈버스(Openverse)가 내장돼 있다. 글을 쓰다 이미지 블록에서 바로 검색해 넣을 수 있다. 오픈버스는 워드프레스닷오알지가 운영하는 검색 도구로, 인터넷 곳곳의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콘텐츠와 퍼블릭 도메인 자료 8억 점 이상을 뒤진다. 원래 크리에이티브 커먼즈가 만든 CC Search였는데 2021년에 워드프레스로 넘어왔다.
다만 오픈버스가 스스로 붙여 놓은 경고를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 라이선스 정보의 정확성은 보장하지 못하니 쓰기 전에 직접 확인하라고 명시해 뒀다. 남의 사이트 메타데이터를 긁어와 보여 주는 구조라 그렇다. 검색은 여기서 하되, 마음에 드는 걸 찾으면 원본 사이트로 넘어가 라이선스를 한 번 더 보는 게 맞다.
공공 자료는 따로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운영하는 공유마당(gongu.copyright.or.kr)은 성격이 다른 창고다.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만료 저작물, 기증받은 저작물, 조건을 걸고 공개한 저작물, 국가·지자체가 만든 공공저작물이 모여 있다. 보호기간이 끝난 것은 별도 허락 없이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저작재산권은 저작자가 살아 있는 동안과 사망 후 70년까지 살아 있다가 소멸한다.
공공저작물에는 공공누리 표시가 붙는다. 유형별로 조건이 다르다. 어떤 건 출처만 밝히면 상업적 이용까지 되고, 어떤 건 상업적 이용이나 변형을 막는다. 표시된 유형을 보고 쓰면 되는 구조라 개별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다. 옛 그림이나 사진, 기관 자료가 필요할 때 여기부터 뒤지면 라이선스 걱정이 제일 적다.
실제로 걸리는 지점
라이선스를 지켰는데도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저작권과 별개의 권리가 걸려서다.
- 사람 얼굴. 사진작가가 사진을 무료로 풀어도 찍힌 사람의 초상권은 그대로다. 광고나 민감한 주제 옆에 붙일 거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 로고와 상표. 사진 안에 브랜드 로고가 보이면 그 로고 권리는 별도다.
- 내가 상표로 등록하려는 경우. 무료 사진 라이선스 대부분이 명시적으로 막는다.
- AI가 만든 이미지. 요즘 무료 사이트에도 상당량 섞여 들어온다. 출처가 불투명한 학습 데이터 문제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 확인 안 된 재배포 사이트. “무료 이미지 모음”이라며 남의 사진을 긁어다 놓은 곳이 있다. 원 사이트에서 직접 받는 게 안전하다.
영어권에선 PicRights나 Copytrack 같은 회사가 자동 탐지로 웹사이트를 훑고 사후 라이선스 요구서를 보낸다. 보고된 초기 요구액이 이미지 한 장에 600~1,500달러 선이고, 실제 라이선스료보다 몇 배 높다는 지적을 받는다. 오탐도 문서화돼 있다. 한국에서도 무료로 풀린 것처럼 보이게 두었다가 널리 퍼진 뒤 경고장을 보내는 방식이 문제가 됐다. 규정을 뜯어보면 개인 감상이나 내부 보고용만 무료이고 블로그 게시는 유료였던 식이다.
방어법은 단순하다. 받은 날짜와 출처 URL을 어딘가에 적어 두는 것. 나중에 “저 사이트에서 무료로 받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으면 대화가 짧게 끝난다.
우리는 스톡 사진을 안 쓴다
여기까지 써 놓고 고백하자면, 이 블로그는 위 사이트에서 사진을 받아 쓰지 않는다. 글마다 붙는 대표이미지는 직접 만든 제목 카드다. 검색 결과나 사이드바에 뜰 때 제목이 그림 안에 보여야 클릭이 되기 때문이다. 예쁜 풍경 사진보다 “무슨 글인지 보이는 그림”이 낫다는 판단이었다.
그래도 라이선스에서 자유롭진 않았다. 카드 배경에 뭘 깔지 고를 때마다 이 이미지를 여기 써도 되는지를 따져야 했다. 화면 캡처를 쓸 때는 그 화면에 남의 저작물이 들어가지 않는지 봐야 했고, 로고를 넣고 싶은 순간엔 상표 문제 때문에 대개 포기했다. 결국 배경을 직접 만들거나 우리 관리자 화면을 캡처하는 쪽으로 굳었다.
덤으로 배운 것도 있다. 만든 카드를 PNG 그대로 올렸더니 홈 화면 용량이 2.8MB까지 올라갔다. 페이지 무게의 대부분이 이미지였다. WebP로 바꾸고 나서야 정리됐다. 무료 사진을 받아 쓸 때도 같은 함정이 있다. 스톡 사이트의 원본은 대개 3,000픽셀이 넘는다. 그걸 줄이지 않고 올리면 라이선스는 지켰는데 사이트가 느려진다.
나라면 이렇게 한다
사진은 언스플래시 한 곳으로 정한다. 여러 곳을 돌면 조건도 여러 개를 기억해야 한다. 한 곳 조건만 외우는 게 낫다. 받을 때 파일 이름 앞에 출처를 붙여 저장한다. 아이콘은 Lucide. 표기 의무가 없다. 폰트는 영문 구글 폰트, 한글은 눈누에서 고르되 요약표를 한 번은 연다. 만들어야 할 때는 미리캔버스를 쓰고 왕관 붙은 요소는 건너뛴다.
그리고 올리기 전에 이미지 크기를 줄인다. 저작권을 지키는 것만큼이나 자주 잊는 대목이다.